
A 사건으로 압수한 휴대전화에서 B 사건 증거가 나오는 일은 실제로 흔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쓸 수 있는지는 수사기관이 그 뒤에 무엇을 했는가로 갈립니다.
최근 항소심 판결이 이 경계를 정리했습니다. 압수수색을 받으신 분이라면 알아 두실 만합니다.
이상협 변호사의 이력
[학력]
경찰대학 행정학과 졸업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원 건설환경공학부(교통공학 전공) 졸업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경력]
법무법인(유) 광장
법무법인(유) 지평
경기북부지방경찰청 경위
경찰대학 교무과 경위
법률사무소 신임 대표변호사
경찰청 소송대리인
경찰청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자 법률지원 전문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형사전문변호사
Q1. 다른 혐의 증거를 그냥 쓸 수 있나요?
원칙적으로 안 됩니다.
법은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하여" 압수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영장에 적힌 혐의와 무관한 증거는 원칙적으로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습니다.
다만 예외가 넓습니다. 대법원은 '관련성'을 이렇게 봅니다.
혐의사실 자체 또는 그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범행과 직접 관련된 경우는 물론, 범행 동기와 경위, 수단과 방법, 시간과 장소 등을 증명하기 위한 간접증거나 정황증거로 쓰일 수 있는 경우에도 인정된다.
다만 "같은 종류의 범죄"라는 이유만으로는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Q2. 무관한 정보는 지워야 하는 것 아닌가요?
맞습니다. 그런데 무엇이 '무관'인지가 다툼의 핵심입니다.
그 사건에서 법원은 통화녹음파일의 특수성을 짚었습니다.
짧지 않은 통화녹음파일은 하나의 주제에서 다른 주제로 대화가 자연스럽게 넘어가기도 한다. (중략) 무관해 보이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더라도 하나의 파일을 분리하여 일부만 저장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삭제·폐기해야 할 대상이라고 볼 수는 없다.
녹음은 문서와 다릅니다. 열어 봐야 알 수 있고, 한 통화에 여러 이야기가 섞입니다. 그래서 파일 전체를 남긴 것이 위법하지 않다고 본 것입니다.
또 하나, 판단 시점도 중요합니다. 압수 당시를 기준으로 관련 증거일 수 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압수할 수 있습니다. 수사 초기에는 무엇이 나올지 알 수 없다는 점이 고려됩니다.
Q3. 그럼 어떤 경우에 위법이 되나요?
갈림길은 "발견 후에 무엇을 했는가"입니다.
위법으로 본 경우 | 적법으로 본 경우 | |
|---|---|---|
별건 발견 후 | 영장 없이 계속 탐색 | 곧바로 새 영장 발부 |
무관 정보 | 지우지 않고 계속 보관 | 관련성 인정돼 삭제 대상 아님 |
그 사건에서 수사기관은 별건 혐의를 인지한 뒤 13일 만에 새 영장을 받았고, 그 사이 내부 검토 문서도 남겼습니다. 법원은 이를 "의도적으로 영장주의를 잠탈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반대로 발견하고도 계속 들여다봤다면 결론이 달라졌을 것입니다.
Q4. 증거능력을 다투면 무죄가 되나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 부분을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는 원칙적으로 쓸 수 없고, 그것을 토대로 얻은 2차 증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법원은 인과관계가 희석되거나 단절되면 2차 증거를 쓸 수 있다고 봅니다.
그 사건에서 법원이 든 근거들입니다.
절차에 문제없는 다른 기기에 같은 내용이 남아 있었다
새 영장으로 다시 적법하게 압수한 기기에도 거의 동일한 자료가 있었다
통화녹음 외에 문자, 메모, 메일, 일정표, 금융거래정보 등 객관적 자료가 많았다
한 피고인은 자발적으로 진술했다
다른 피고인은 하자를 알면서도 증거에 동의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이 증거를 빼면 혐의가 입증되지 않는가"를 먼저 따집니다. 빠져도 다른 자료로 입증된다면 다투는 실익이 크지 않습니다.
Q5. 압수 현장에서 무엇을 해야 하나요?
절차적 권리는 그 순간에 행사해야 의미가 있습니다.
① 참관하십시오. 전자정보 선별 작업에 참여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 사건 피고인은 처음에 참관하겠다고 했다가 포기했는데, 법원은 그 사실을 "본인의 의사에 따른 것"이라고 명시했습니다.
② 무관한 파일에는 그 자리에서 이의를 제기하십시오. 그 사건에서 법원은 "선별 당시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점을 관련성 인정 근거 중 하나로 들었습니다.
③ 전자정보 상세목록을 반드시 받으십시오. 무엇이 압수됐는지 확인하는 유일한 자료입니다.
④ 영장을 꼼꼼히 읽으십시오. 어떤 혐의로, 어떤 범위까지인지 확인해야 나중에 다툴 수 있습니다.
⑤ 나중에 문제 삼겠다고 미루지 마십시오. 그 사건에서 하자를 알면서 증거에 동의한 사실이 결정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했습니다.
Q6. 이미 진술했는데 늦었나요?
늦었다고 단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어려워진 것은 사실입니다.
그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인이 "문제 삼을 여지가 있음을 알면서도 이를 포기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절차적 하자를 언급까지 했으면서 증거에 동의하고 사실관계를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순서를 지키시는 편이 낫습니다.
증거 목록을 먼저 확인하고
어떤 증거가 어떤 경로로 확보됐는지 정리한 다음
증거인부 단계에서 태도를 정하는 것
진술을 먼저 하고 나중에 증거능력을 다투는 것은 순서가 뒤바뀐 것입니다.
추가 설명
증거능력 다툼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입니다.
절차적 하자를 다투는 것은 정당한 권리이고, 실제로 결정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그 증거를 빼도 다른 자료로 입증되는 구조라면 다른 전략을 함께 준비해야 합니다.
그 사건에서도 증거능력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형은 그대로 유지되었습니다.
문의
압수수색 관련 사건은 초기 대응이 이후 전략의 폭을 결정합니다.
검토할 때 저는 아래를 먼저 확인합니다.
영장 기재 혐의사실과 실제 조사 혐의의 일치 여부
선별 절차 참관 여부와 이의 제기 기록
전자정보 상세목록 교부 여부와 내용
무관 정보의 삭제·폐기 이행 여부
별건 인지 후 후속 영장까지의 시간
문제된 증거를 제외해도 입증되는 구조인지
문의는 ‘법률사무소 신임 상담하기(이상협 변호사)’를 통해 부탁드립니다.
본 글은 실제 선고된 판결과 관련 법령에 기초한 일반적인 법률정보이며, 특정 사건의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소개한 판단은 항소심의 것으로 이후 달라졌을 수 있고, 당사자·기업·사건은 특정되지 않도록 표현했습니다. 법령은 개정될 수 있으므로 현재 조문을 확인하시고, 개별 사안은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